[프리즘] 어디서 본 듯한 대선
비영리 민간기구 대통령토론위원회(CPD)는 지난 20일 2024년 11월 5일 열릴 대통령 선거 후보 토론 일정을 발표했다. CPD의 발표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굳어지고 있는 내년 대선이 한 발 더 다가왔다. 대선에서는 흔히 현직의 안정감과 도전자의 신선함이 각축한다. 하지만 내년 선거는 현직에 대한 자신감이나 도전자에 대한 설렘은 크지 않다. 1년이나 남았지만 벌써 언젠가 본 듯한 기시감이 앞선다. 후보가 결정되면 이를 정치적 축제로 전환하는 것이 미국식 정치였다. 현실은 양당 모두 사실상 확정된 자당의 후보에 놓고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난감함 혹은 어쩔 수 없다는 체념, 나아가 오지 않은 미래를 벌써 봐버린 듯한 씁쓸함 등 감상이 복잡한 듯하다. 가장 큰 기시감은 트럼프의 복귀다. 공화당 후보가 되면 트럼프는 이번이 세 번째 대선이다. 전직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것도 그렇지만, 재선에 실패했는데도 당내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도 드문 일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극렬한 반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고령 후보의 대결도 그대로다. 2016년에도 당시 69세인 힐러리 클린턴과 70세인 트럼프의 대결은 역사상 최고령 후보의 대결이었다. 이제 트럼프는 77세, 바이든은 81세로 내년 대선은 나이에선 신기록을 세운다. 이를 평균수명 길어지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8년 전에도 대두했던 정계의 신구 조화나 신진 발굴 실패 우려는 더 커졌다. 젊은 층이 갖고 있는 자당 후보에 대한 실망감은 여전히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힐러리는 후보 당시 대선 출마 직전에 클린턴재단을 딸 첼시에게 물려주면서 당내 젊은 층의 반발을 샀고 경선과 본선 내내 비난에 시달렸다. 바이든 대통령도 젊은 층에 낮은 지지라는 고민을 안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기시감은 경합주 패배의 악몽이다. 힐러리의 패배는 곧 경합주에서 패배였고 바이든의 승리는 경합주에서 승리였다. 특히 힐러리는 민주당이 우세한 위스콘신에서 유세를 하지 않아 결국 득표율 0.77% 차이로 졌다. 힐러리의 패배는 뜻밖이었지만 바이든은 벌써 밀리고 있어 판세를 뒤집어야 하는 수세에 몰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은 지난 대선 승리를 견인했던 경합주인 네바다와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가운데 위스콘신 한 곳에서만 앞섰다. 더구나 10~11월 전국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이 공화당을 이긴 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유권자들이 알 것 다 안다고 생각하고 마음도 어느 정도 정해져서 궁금증이 줄어든 현직 대통령 대 전직 대통령의 대결은 상대 진영 빼앗기보다는 내 편 다지기에 집중할 것이고 더욱 공격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바이든은 전혀 나이가 많은 게 아니다. 심하게 무능한 것이다”라고 공격을 시작했다. 양측은 이미 전장을 사법으로까지 확대한 터라 그 어느 때보다 거친 공격이 난무할 듯하다. 이런 기류에서 더 큰 문제는 대선 이후 혼란이다. 트럼프는 이미 “(재집권하면) 나를 심하게 핍박한 사람들을 샅샅이 조사해 기소할 것이고 그들은 업계와 정계에서 모두 밀려날 것”이라고 발언했다. 정책 혼란도 예정돼 있다. 이전 정부의 정책이 완전히 바뀌는 일은 벌써 두 차례 일어났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면 하루 안에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놓고는 칼라 샌즈 고문에게 “첫날, 일자리와 산업을 죽이는 조 바이든의 규제를 하나도 빠짐없이 없애겠다”고 예고했다. 내년 리턴 매치의 핵심은 여러 면에서 대선 결과보다는 격앙된 대결이 낳을 급선회와 분열에 쏠려있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부국장프리즘 대선 내년 대선 대선 승리 대선 이후